풍경사진

지리산에서...

권기학 2009. 1. 5. 19:21

 

1월2일 밤11시30분 부산 중앙동을 출발하여 산청 중한리로 향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해맞이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중한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2시 우리는 잠시 차속에서 휴식을 취한 후

등반 준비를 하여 3시에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인의 눈을 피해 산을 오르기 시작 합니다.

5시 이전에는 지리산 입산을 통제 한다고 합니다

 

헤드랜턴을 켜고 칠흑처럼 깜깜한 산길을 오르니 노출된 볼과 입은

찬바람에 얼어붙기 시작합니다.

깜깜한 하늘엔 별빛이 쏟아집니다.

카메라를 꺼내 담아 보고도 싶었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에 몸도 지치고

차가운 바람에 맨 피부를 들어내는 것이 맘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가져갔던 물이 얼어 물병을 한참이나 녹힌 후 마셔야 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오르기를 두 시간

로타리 산장에 도착하여 가져간 독주로 몸을 잠시 녹인 후

천왕봉까지의 나머지 3키로 구간을 걷기 시작 합니다.

 

우리 일행은 일출 시간에 맞춰 중간 중간 바위틈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산을 오릅니다.

미리 정상에 도착하면 드센 바람이 사람을 괴롭히기 때문에

일출 시간에 맞추려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걷기를 두 시간 우리는 천왕봉 정상에 도착 합니다.

정상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동해를 바라보며 일출을 기다립니다.

 

천왕봉에서 해맞이를 하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일출을 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워낙 지리산의 일기는 변화무쌍 하니까 말입니다.

이날 산을 찾은 사람들 중에 3대가 덕을 쌓은 사람이 있었던지

우리 일행 중 3대가 덕을 쌓은 사람이 있었던지

우리는 구름 한 점 없는 먼 바다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게 됩니다.

해맞이를 위해 깜깜한 산을 헤집고 올라온 모든 이들은 감탄사를 쏟아 냅니다.

 

그 먼 곳에서 비춰지는 태양이 천왕봉 정상에 있는

모든 이들을 집어 삼킬 듯 붉은 태양빛을 토해 냅니다.

지리산 주위의 모든 만물은 붉은 빛으로 물듭니다.

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이로운 빛의 축제입니다.

지리산 주위의 산들은 물결 되어 일렁입니다.

장관입니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어 버벅대는 사이 태양이 하늘 가운데 솟아오릅니다.

셧트를 누르는 손은 얼어 터질듯 아려 옵니다.

사진이 바로 찍히는지는 상관없습니다.

이 감동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마냥 찍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가오는 감동을 어떤 방법으로도 다른 이들에게

온전히 전 할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고이 가슴에 감동을 담아 둘 수밖엔 없습니다.

모두들 콧물이 입술을 타고 흐릅니다.

그런 모습이 흉이 되지 않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서둘러 하산 길에 접어듭니다.

하늘아래 첫 우체통이 있는 장터목산장에 도착하여 컵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하산을 합니다.

감사한 지리산 산행이었습니다.

 

이곳에 허접한 사진 몇장 올립니다.

 

모든 님들 기축년 한해 뜻한바 다 이루시기 바랍니다.